지난 메일링 제목을 제가 수정하지 않고 보냈더라고요! 열심히 준비한 글인데 괜히 속상했습니다..ㅎㅎ 1월 마무리까지 더 신경써서 메일링을 진행해 보도록 할게요! 그럼 오늘 글도 잘 읽어주세요. :-)
EP17
이제는 저도 악역이 돼볼래요
‘나는 열심히 산 것밖에 없는데….’
가끔, 모든 걸 내버려 두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 나만 생각하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악의를 보단 받는 게 천배는 나은 당신은 타인의 거짓을 수긍하고 많은 속으로 삭혀왔을 테다. 그럼 그대가 받은 내상은 대체 누가 위로해 주나? 지금 와서 "사실, 그때 내가 다 이해한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큼 초라한 게 없다. 애석하지만, 아무도 당신의 희생을 모른다. 초연해진 당신은 자연스럽게 표정을 숨기고 안주머니에 넣어둔 웃음 가면을 꺼내어 든다.
나는 묻고 싶다. 그동안 무엇을 그리 참고 살았는지.
속에 있던 말을 게워내면 아이처럼 서글프게 울 테다. 모든 아픔을 내가 이해할 순 없지만,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못된 사람이 돼도 된다고.
매번 인내하고 괜찮다고 말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우리에게도 사리사욕은 있고 혹여나 상처받을 것 같으면 먼저 등을 돌리고 싶을 때도 있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색할 뿐. 더 나아가면 스스로가 추악해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행동을 멈출 것이다. 하지만 행복에 욕심이 생긴 이상 이대로 멈출 순 없다. 가끔은 먼저 도망가고 악역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마냥 착했던 사람이 어느 기점을 빌미로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고집을 피우게 된다면 그 사람은 행복의 키를 찾은 사람이다. 변화는 일종의 거름으로 쓸데없는 관계를 걸러낼 수 있고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게 한다. 이에 대한 연구는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며 수많은 기시감과 불안을 견뎌야 한다. 결단을 위해 돈이 필요할 수도 있고 심지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무해하기 위해선 유해한 것을 알아야 하기에 적당량의 이기심은 삶에서 불가피하다.
주는 배려와 사랑도 다 내가 온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말라 비틀어가는 걸 알면서 희생하는 건 이제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 이 글을 읽어도 쉽사리 손에 쥔 걸 놓지 못할 것이다. 남한테 해 끼치는 건 죽도록 싫으니까. 바보같이 사는 건 알겠다만, 가끔은 악역이 되어도 괜찮다. 쓸데없는 영웅심리는 미련함이고 악한 자에겐 더더욱 치밀함이 필요한 지금이다. 그러니 가끔은 인연을 매섭게 끊어내는 것도 하나의 지혜라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나는 부디 당신이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언제 넘어졌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좋은 얼굴을 하고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밥을 먹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숙면했으면 좋겠다. 물들어가는 나를 더는 부정하지 않기로 하자. 이것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며 자존의 열쇠다. 그리고 우리가 영악해봤자 얼마나 악해지겠나. 상처 주기 싫은 본능은 핏속에 그대로 있으니 적어도 남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다. 당신과 내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은 자신의 치졸함을 인정하는 것. 그래야 이곳저곳에 놓인 가시를 피하며 온전히 나를 지킬 수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고백한다. 나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내 행복에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러니 더는 누군가의 말에 쩔쩔매고 눈치 보며 살지 않겠다. 나에게 상처를 주려는 사람을 본다면 주저 없이 단호하게 그 인연을 놓겠다. 그게 당하는 것보단 백배는 낫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에겐 악역이 될 수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다음 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