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는 친한 동생이 아이폰 16을 구매했다. 형은 새로 안 사냐는 질문에 필요 없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사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전에는 새로운 기종을 기다리기에 바빴는데, 이제 더는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휴대폰도 충분히 사진 잘 찍히고 데이터 잘 터지는데 굳이?
익숙한 것이 편해서일까. 한쪽이 고장 난 에어팟을 불편함 없이 쓰고, 디스크가 꽉 찼지만 어떻게든 공간을 확보해 쓰는 컴퓨터와 하루면 방전되는 애플워치, 줄이 느슨한 통기타와 오래된 유리컵을 쓰는 건 낡음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거뭇해진 잔 스포츠의 밑단이 전혀 더럽게 느껴지지 않고, 목이 늘어난 티셔츠의 감촉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 무르익은 흔적에 정감을 느껴서일 테다.
사실 전부터 때 묻은 것에 대한 미묘한 동경이 있어 동묘나 재래시장에 가는 게 좋았던 걸지도 모른다. 내 집안은 신구의 조화. 새로운 것도 많지만 늘 집게 되는 건 내게 오래 머물던 것이다. 40년 된 니콘 카메라, 9년 동안 입은 청바지, 8년을 쓴 휴대폰, 17년을 탄 자동차, 40년을 쓴 찻잔, 아버지의 오래된 정장,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원피스 그리고 나의 잔 스포츠. 물건과의 연은 아마 죽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다. 새로 산 니트를 입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굉장한 모순이지만 그래도 오래된 것이 좋은 걸 어째. 사랑하는 물건과 함께 늙어가며 지지부진한 이야기를 계속 쌓아가고 싶다. 멀리서 봐도 물건과 천생연분 같은 아우라를 풍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물아일체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도 새것을 탐하지 않고 낡아가는 것에 마음을 둘 수 있길 바란다. 내 손에 쥐어진 물건에 부디 서사가 가득하길 바라며.
- 물건을 사랑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