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안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불안과 불행은 아주 친한 형제로 대게 함께 문을 두드린다. 걱정이 현실이 될까 손톱을 물어뜯고 친구의 농담에도 웃지 못했던 나날들, 푸석한 손바닥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기도하던 때가 있었다. 그랬더니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려했던 일은 망상에 불과했고, 도려 잔잔한 행운이 찾아왔으며 평화를 되찾은 나는 활기찬 얼굴로 다시 하루를 보냈다.
원하는 게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나만 고착된 것 같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까 두려울 때, 내가 이룬 것이 무너질 것 같을 때, 행복한 일상이 오래 유지될 때 우리는 자주 불안하다. 매년 태풍이 찾아오는 것처럼 인생에도 고정적으로 우릴 흔드는 시련이 찾아온다. 고난을 겪으면 인간은 머릿속에 있는 모든 CCTV를 가동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빠짐없이 검토하고 예견하며 예기치 못할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더는 쓸 힘이 없어지면 우리는 깊은 우울감에 빠지고 무기력해진다. 단지 걱정만 했을 뿐인데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내 일상이 정갈하길 바랐다. 단 하나의 이격 없이 깔끔하고도 깨끗한 하루. 그러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거나, 몸이 아프고, 실수를 하면 곧바로 사색이 된 얼굴로 손톱을 깨물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에 대항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글쓰기다. 불행 불안 형제가 찾아오면 나는 빈 종이에 활자를 써 내려간다. 그것은 내 감정에 대한 주관적인 이야기다. 이에 관해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글은 써봐야 해요 일단. 써봐야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거든요."
글쓰기는 자아를 있는 그대로 노출시키는 일이다. 사사로운 글을 쓰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걱정이 망상에 의해 커졌다는 걸 알 수 있고, 간단한 행동으로 그것을 타파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무기력에 사로잡혀 움직일 여력이 없어도 글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신하영은 '인간 신하영'보다 강하다. 이 사실에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하면서 강하고 예민하지만 너그럽고 순한 것 같으면서도 영악한 나. 개복치처럼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도 꾸역꾸역 버티는 게 용하기도 하다.
내가 쓴 책이 독자를 겨냥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총구는 나를 향해있다. 어쩌면 ‘작가 신하영’이 ‘인간 신하영’을 위로해 주는 꼴이다. 맞다. 펜을 잡고 있을 때만큼은 그 누구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클래스를 마칠 때쯤 많은 작가들이 이제 숨통이 트인다는 말을 내게 했더랬다. 어느 날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는데, 내가 글쓰기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숨 쉬는 법을 알려주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불안을 이겨내고 있을 테지만 보다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을 더 알려주려 한다. 혹시 나비포옹이라고 아는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좌우로 두드려주며 나를 다독이는 방법이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근막이 경직될 수 있는데, 직접 팔을 쓰다듬어주면 긴장이 해소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나는 클래스가 끝날 때마다 나비포옹을 하며 고생했다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는다. 그런 뒤 크게 숨을 한 번 내쉬면 이유 모를 안도감이 든다.
여전히 불안한 당신. 그간 치열히 살았다면 나에게 애썼다는 말 한마디쯤 건네 보는 게 어떨까? 실수는 많이해도 책임감을 가지며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얼마나 기특한가. 자, 핸드폰을 내려놓고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라. 토닥토닥….
만약, 묘한 기분이 조금이라도 느껴졌다면 자기 위로에 성공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명언이 있다.
“살고 죽는 문제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말라.”
제대로 살아보지도 전에 죽을 걱정부터 하는 일은 그만두고 싶다. 불안에 너무 쫄지 말자. 어떠한 경우라도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적어보고, 그것을 대비할 수 있는 것을 옆에 적어라. 그리고 3분 동안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는 거다. 만약 결정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즉시 실행에 옮기자. 울며 겨자 먹기식이지만, 가끔은 과감한 행동이 불안의 벽을 부순다. 부디 당신을 괴롭히는 공포가 편안한 그늘이 될 수 있기를. 보다 우아하게 불안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