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예쁘게 쓰는 사람이 최고다. 그런 사람과 함께하면 흑백이었던 일상이 밝게 물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엉망이었던 기분이 정화되는 것만 같다. 곱게 다져진 언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어의 바탕이 되는 고풍스러운 모국어와 자라면서 배운 단어 중 맑고 깨끗한 것만 골라 쓰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운지. 어쩌면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배로 예쁜 말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입술에 다정을 덧대는 사람은 말 안에 온도가 담겨있다. 나긋나긋. 마치 나비가 만개한 꽃밭을 휘휘 돌아다니는 것처럼 부드럽고 온화하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지도 모른다.
만날 때마다 마이너스가 되는 사람이 있고 플러스가 되는 사람이 있다. 선자는 비판적이고 예민하며 이기적인 사람이다. 반대로 후자는 작은 것에 미소 짓고 늘 배려하며 예쁘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목욕을 한 것처럼 맑은 개운함이 겉돈다. 상대를 통해 언어가 곧 성품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내가 뭐 하나 실수한 게 없을까 괜히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 사람이 거창한 걸 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입안에 달달한 복숭아를 머금고 향기를 내뱉었을 뿐. 고운 언어는 선한 전염으로 성난 나를 초식동물로 만든다.
언젠가 천장을 보며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평생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매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그것만큼 큰 행운이 없을 텐데..
그런 상상을 하다 잠에 들면 평소보다 좋은 꿈을 꾸곤 했다.
오래 유지되는 관계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좋은 대화'가 있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취향을 나누는 것처럼 유의미한 대화는 불안정한 우릴 차분하게 한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좋은 사람’이라는 건 대화가 잘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쉬울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가니까. 관계의 믿음도 대화에서 시작되고 표현도 말에서 시작되니 되도록 언어가 예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 사람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안부를 전해주고, 자신이 느낀 걸 청완하게 표현하며 생전 쓰지 않던 '우리'나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쓰게 만든다. 차가웠던 당신의 입술이 온기를 가득 머금게 되는 건 아마 그 사람을 닮고 싶어서일 것이다.
같이 있기만 해도 모든 사념이 사라지고 그저 즐거운 사람. 가만히 떠올려보면 내가 이 사람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감정에 요동치지 않고, 미안하다 할 줄 알며 늘 감사함을 고백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깊은 축복을 받은 것과 같으니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늘 예쁜 말만 듣고 싶은 당신.
존중을 받고 싶다면 한마디라도 더 다정하게 말해보자. 그 사람이 그간 당신에게 준 깨끗한 단어를 떠올려보라. 말로 마음을 만져주는 건 작은 한마디로 시작되니 건강한 대화가 이어진다면 둘의 관계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는 게눈 감추듯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