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사랑이 으뜸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불나방 같은 사랑은 내겐 지옥과도 같았다. 사랑이 좋은 것이라면 오래 만끽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러니 상대만큼이나 나를 사랑하며 생의 의지를 다지는 게 필요했다. 희생은 좋지만, 그것으로 생명력은 잃지 않았으면 했다. 마음은 무한하기에 자기애에 기를 썼다고 당신에게 줄 마음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나를 사랑한 채로 당신을 사랑해도 아직 길러올 감정은 바다만큼이나 많다. 그러니 건강하게 사랑하는 것이 희생하는 자의 사명이다.
당신도 나와 생각이 같다면 우린 앞으로 조금 더 영악해져야 한다. 사랑을 음미하고 싶다면 우선은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렇게 사랑과 사랑에 사랑을 더 하다 보면 유구한 시절을 담은 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을 온전히 기억하며 늙어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지 않을까?
먼 훗날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는 내 아버지에게 꼭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에게 배운 사랑으로 나를 똑 빼닮은 아이를 낳고 아내와 손을 엮은 채 한 평생을 살았다고. 그제야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세상이 힘들어도, 도망치고 싶어도 나를 아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그가 알려준 사랑은 연인이 아닌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그로 인해 깨달은 것은 사랑은 생의 의지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프지 마라. 그래야 오래오래 사랑하며 살 수 있다.
- 나를 북받치게 했던 것은 늘 사랑이었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