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친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항상 부정했기에 도무지 친해질 수가 없었죠. 이제는 이 친구를 믿어요. 돌이켜보니 제 인생 모든 순간에 얘가 있더라고요.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늘 제 옆에는 실패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성공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의 동반자일지도 모르지요.
혹시 물속에서 발이 닿지 않는 느낌을 아시나요? 사람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안을 까마득한 심해로 생각해요. 실제로 도전을 그렇게 여기고 있는 것이죠. 저 또한 항상 시도하기에 앞서 손톱을 물어뜯기 바빴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기에 웬만하면 단 번에 성공을 쟁취하고 싶었어요. 세상은 바라던 만큼 쉽지 않았고, 실패의 경험은 그렇게 쌓여 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놓고 잠수할 수 있어요. 물이 깊어도 헤엄을 치는 법을 알았거든요. 인생이 보다 유쾌하고 흥미로워진 건,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미지의 시계가 무궁무진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간 도전하고 경험했던 것을 귀하게 여기며 가보지 않은 곳에 서서히 발을 뻗고 있어요. 이것이 진정 모험가의 마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