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8 PM 8:45 연남동의 어느 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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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내뱉은 말에 80프로만 사실이에요."
그녀가 이 말을 내뱉었을 때 진동벨이 울렸다.
"아."
"제가 다녀올게요."
갑작스러운 말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가지러 갔다. 다녀오는 동안 자신의 말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준걸까? 직원에게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혼란에 빠졌다. 또각또각. 커피가 내 앞에 놓여졌다. 목은 아까 전부터 말라있었지만 나는 차마 앞에 놓인 잔을 들 수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당황할 줄 알았어요.
저도 거짓말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여유 있는 말투였다. 나는 자세를 고쳐앉아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래서 나머지 20프로는 뭔가요."
"글쎄요, 워낙 잔잔한 것들이라."
"예를 들면요?"
"음.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는 거?"
"네? 그게 무슨.."
표정이 잔망스러워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 오래 걷는 것보단 버스 타는 걸 더 좋아해요. 라고 말을 덧붙였다.
"잠깐만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의도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는데."
"네, 그러길 바랐어요. 이대로 가다간 계속 거짓말을 할 테니까."
"근데 왜 거짓말을 했어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없긴요. 하루씨는 제가 호감이에요?"
"당연하죠. 우린 좋아하는 사이잖아요."
"그렇지만 명확한 건 아니죠. 지금 누구 하나 떠나도 죽을 때까지 붙잡을 사이는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분명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제서야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