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조국을 위해서 죽음을 받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남기고 간 수많은 책을 읽으며 세상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되리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그녀가 더 이상 모험놀이를 하지 않고 책만 읽어 심술이 났지만, 홀로 남겨진 것이 딱해 늘 주변을 서성이며 불량배나 사건 사고로부터 그녀를 보호했다. 단순한 연민이었지만 며칠 동안 보지 못하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그다.
시간이 지나며 소녀는 명석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됐다. 아마 동산에서 얘기했던 '운동가'를 하려나보다. 그러던 어느 봄, 소년은 전쟁으로 징병이 되어 홀연히 마을을 떠났다. 엄청난 비밀이지만 소녀는 그 뒤로 책을 읽지 못했다. 아마 떠나간 아버지가 생각나고 또 그런 곳에 그가 끌려갔기 때문일 것이다. 소중한 것을 잃기 싫은 마음은 그녀를 한없이 나약하게 했다.
도대체 전쟁이라는 걸 왜 해서 사람을 이리도 두렵게 하는 걸까. 그녀는 힘을 얻기 위해 책을 읽기보단 펜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생사는 알 수 없었고 마음속에 죽음을 인지했을 때 시간은 3년이나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19살이 되던 해 둘은 하바롭스크 역에서 다시 재회했다.
사실, 잘 지냈냐는 물음에 울음이 터질 뻔 했지만 그것보단 서로가 건강하게 있어주어서 안도를 한 그와 그녀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할 셈인가.
더욱 더 용감해진 그는 아마 그녀의 곁을 평생 지키지 않을까.
재회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