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는 요즘 생각이 참 많아.
세월이 엄청 빠르기도 하고,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생각하면 결국 사회의 통념을 따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6년 전에 부산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해서 아주 치열하게 일했어. 고통스러운 나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내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 일적인 목표도 있지만, 결국 언제 결혼하고, 언제 집 사냐는 푸념을 계속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인가 봐. 글을 쓰며 중심을 잡고 경쟁 레이스를 벗어나려 했는데 여전히 쉽지가 않네. 너도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해?
그래 맞아. 취업하면 차 걱정하고, 차 사면 집 걱정하고, 집 사면 아이 걱정하고 그다음에는 여생을 걱정한데. 인간은 어쩌면 불행하도록 설계된 게 아닐까?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이런 트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구축하기도 하더라. 그들의 특징 3가지가 있어. 하나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을 즐긴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좋아하는 것이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거야.
정재형 알지? 내가 참 좋아하는 음악가인데(예능인으로 아는 사람도 많더라고🤣) 그분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즐겨한다고 해. 그래서 항상 웃음기가 넘치는 게 아닐까?
그런 모습을 닮기 위해서 나도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어. 피아노를 배우고, 제일 좋아하는 고향 친구들이랑 고기에 소주도 됫병 마시고, 책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지. 이렇게 지내니 최소한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 어제 구름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걸 보면 그래도 마음에 여유는 있나 봐.
친구야, 내가 말한 3가지 중에 혹시 빠진 게 있다면 꼭 찾아야만 해.
좋아하는 게 없고, 주변 사람이 없고, 일을 즐기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아하는 걸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야. 나는 네가 지금보다 더 생기가 넘쳤으면 해. 초롱한 눈으로 무언갈 할 땐 몰입을 할 때잖아. 그때가 언제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라.
이런 고찰들이 모이면 우리도 건강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 되겠지.
사색하는 걸 피하지 않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좋은 밤 보내고 오늘 더 행복해야 해. 알겠지?
- 2023년 09월 06일 너의 친구 하영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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