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고 난 후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한 달 전에 헤어졌는데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안 힘들 방법이 있을까요 작가님?”
“오래 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아직도 그리워요. 쉽게 잊을 방법이 있을까요?”
이런 사람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없어요."
이별 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정이다. 헤어졌음에도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니 더욱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차여도 이별이고, 악수를 청하며 곱게 헤어져도 똑같은 이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게 두렵겠지만 우린 이별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만 한다. 어떤 사람은 헤어진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홀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상대는 벌써 마음에 새살이 돋아나고 새로운 사랑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만 이별한 날에 멈춰 후회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걸 알아주는가? 당신에게 다시 돌아오는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영원한 사랑일 줄 알았던 사람이 내일 다른 표정이 짓는 게 요즘 사랑이기에, 드라마틱한 로맨스를 꿈꾸는 건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홀로 슬퍼하는 것보단 증오가 낫다는 말이다. 상대를 미워하는 건 이별을 인정한 증거로 헤어진 사람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두려워 홀로 애꿎은 시간을 할애하면 절대로 상처는 나아지지 않는다. 구멍 난 마음에 새로운 일상을 채워 넣다 보면 자연스레 평온을 되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맞이한 이별을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 인연이 여기까지구나' 하면서.
한 과학 칼럼에 따르면 1년 이상 연애했을 때 평균적으로 6개월이 지나야 온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새로운 사랑을 단번에 만나면 좋겠지만, 온전하지 않은 마음으로 누군갈 만나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니 당신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고찰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끊임없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연애를 마치고 나면 홀로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진다. 그 시간을 우는데 쓰는 것보단 사랑할 때 하지 못했던 것에 투자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별 후 홀로 2주 동안 여행을 떠났고, 통기타를 배우기도 했으며 더는 필요하지 않은 데이트 비용으로 피부과에 가거나 옷을 사기도 했다. 홀로 할 수 있는 행복을 하나둘 찾다 보면 외로우면서도 꿋꿋이 삶을 살아갈 힘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을 자처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별하셔서 마음이 온전하지 않으신 건 알지만, 사랑을 했다면 그에 응당한 아픔이 오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헤어진 걸 부정하지 마시고 그만 받아들이세요. 물론 받아들인 며칠은 더 고통스럽겠지만, 어느 날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마음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아닌 종종 아파하면서 살아가는 거예요. 그립다면 충분히 그리워하세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다만, 되돌아갈 생각보단 앞으로 맞이할 사랑과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세요. 사랑이 아닌 것에 몰입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가 바로 지금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죠? 당신은 분명 더 좋은 사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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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나의 조언은 결국 다 경험이다. 나도 이별 후 숨을 껄떡이며 아파해본 적이 있기에 그들의 아픔을 십시일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에 했던 이별은 이제는 추억의 한자리로 자리하고 있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런 걸 보면 지금 아파하는 이별 또한 유통기한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걸 인정하고 더욱더 지혜롭게 이별을 맞이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면 우린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 인생이 끝난 것처럼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2023년 09월 01일 신하영 올림 |